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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숙사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.
침대, 책상, 옷장.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모노패드.
유이는 방 안을 한 번 둘러봤다.
조용했다.
처음으로 혼자였다.
강당에서는 열여섯 명이 있었다. 누군가는 울었고, 누군가는 소리쳤고, 누군가는 굳어있었다. 소리와 감정이 뒤섞인 공간이었다.
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.
유이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.
*...어쩌다 이런 살인게임에 참가하게 되었지.*
생각이 흘러나왔다.
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, 처음으로 유이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.
대답은 없었다.
아니, 정확히는 — 대답이 있어도 지금 당장 꺼낼 수 없었다.
유이는 모노패드를 열었다.
화면이 켜지며 교칙 목록이 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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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*희망봉 학원 교칙**
> 제1조. 기숙사 소등 시간은 오후 10시, 기상 시간은 오전 7시이다. 그 사이에는 무조건 기숙사 방 내에 있어야 한다.
>
> 제2조. 기숙사 구역은 소등 시간 이후 출입이 금지된다.
>
> 제3조. 교장(모노쿠마)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금지한다.
>
> 제4조. 살인은 타인에게 들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.
>
> 제5조. 살인 후 학급재판이 열리며, 검정을 맞히면 검정만 처형된다. 틀리면 검정을 제외한 전원이 처형된다.
>
>제6조.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학급재판에 전원이 참여해야 합니다.
>
>제7조. 하양이 계속해서 재판이 승리한 경우 5번째 재판이 일어난 다음 날부터 무조건 흑막을 잡는 재판으로 진행됩니다.
>
> 제8조. 시체를 발견한 경우 세 명 이상이 발견하면 시체 발견 방송이 울린다.
>
> 제9조. 한 번의 살인 사건에서 희생자는 두 명까지 허용된다. 세 명 이상을 죽이면 재판 없이 즉시 처형된다.
>
>제10조. 두개 이상의 시체가 발견된 경우, 범인을 제외한 학생이 가장 먼저 발견된 시체에 대한 범인이 검정이 된다.
>
>제11조. 학급재판 중에는 어떠한 형식이라도 폭력을 행하여서는 안된다.
>
>제12조. 모노쿠마는 살인에 관여하지 않습니다.
>
>제13조. 희망봉 학원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자유로 행동에 제약은 두지 않습니다.
>
> 제14조. 학원의 시설과 규칙은 교장의 재량으로 변경될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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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이는 교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.
그리고 다시 읽었다.
*...살인게임.*
이 두 글자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. 강당에서 모노쿠마가 선언했을 때도, 영상을 봤을 때도, 지금 이 순간에도.
*...근데 이게 현실이야.*
열여섯 명이 이 학원에 갇혔다.
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. 초고교급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.
*...누군가는 진짜로 살인을 생각할 수도 있어.*
유이는 강당에서 봤던 얼굴들을 떠올렸다.
우는 사람. 소리치는 사람. 굳어있는 사람. 벽에 기대어 조용히 있는 사람.
저 중에 누군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었다.
*...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.*
각본가는 결말을 먼저 쓴다.
하지만 지금 유이는 결말을 알 수 없었다.
아니.
*...결말을 모르는 게 아니야.*
유이는 교칙 화면을 닫았다.
*...결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거야.*
그게 달랐다.
유이는 노트를 꺼냈다. 펼쳤다. 강당에서 적어둔 메모들을 다시 읽었다.
열다섯 개의 이름. 짧은 인상들. 재능들.
*...이 중에 흑막이 있어.*
모노쿠마가 그렇게 말했다.
유이는 각자의 이름을 한 번씩 봤다.
오오토리 렌. 하야세 미오. 쿠로사키 하루토. 키리시마 사에. 타치바나 소우. 나미키 코토네. 시노미야 켄고. 후지와라 쇼우. 마츠오카 류세이. 호시노 나나세. 모모세 하루카. 시라이시 이오. 미나토 카이. 츠키모리 아키토. 아오야마 리츠.
*...지금은 전원이 낯선 사람이야.*
각본에서 처음 장면이 항상 그랬다.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나는 순간. 아무도 서로를 모르는 순간.
*...근데 이건 각본이 아니야.*
유이는 노트를 덮었다.
모노패드를 다시 열었다.
학원 구조도가 있었다. 현재 개방된 시설들이 표시되어 있었다.
유이는 구조도를 훑었다.
강당. 기숙사. 식당. 복도. 욕실. 교실. 도서관. 보건실.
*...식당이 중앙이야.*
노트에 짧게 적었다.
*식당. 중심 위치. 기억해둘 것.*
이유는 적지 않았다.
유이는 모노패드를 닫았다.
불을 껐다.
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봤다.
*...살인게임.*
다시 그 단어가 떠올랐다.
열여섯 명이 갇혔다. 나가려면 누군가를 죽이거나, 흑막을 찾아야 한다.
*...흑막을 찾아야 해.*
리츠가 강당에서 한 말이었다.
유이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 했다.
하지만.
*...찾을 수 있을까.*
어둠 속에서 유이는 눈을 감았다.
*...각본가는 결말을 알고 시작해야 해.*
*...근데 지금 나는.*
잠이 오지 않았다.
봄은 셔터 너머에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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